- 부랑 (Vu Lan - 盂蘭)을 직역하면 ‘거꾸로 매어단다’는 의미지만 실제로는 ‘거꾸로 매달려
고통 받는 자를 바르게 세워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
해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음력 7월 15일이면 사람들이 꽃과 향을 사서 각 사찰로 모여든다.
레부랑, 즉 우란분절 (盂蘭盆節)은 돌아가신 부모님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하는 석가탄신일과
더불어 불교최대의 행사 가운데 하나로 베트남의 어머니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석가의 10대 제자 가운데 가장 신통력이 뛰었던 묵낑링 (목련존자)와 그의 어머니와 관련된
레부랑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 . 어느 날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귀지옥에 떨어져 신음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그녀는 생전에 부처님을 비방하고 음행을 즐겼으며
다른 사람들을 악한 길로 유혹했기 때문에 배는 수미산만하고 목구멍은
바늘구멍 만해 아무리 먹어도 배가차지 않는 아귀가 되어 극도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목련존자는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께 탄원했다.
그러자 석가모니는 목련존자에게 7월 15일 100가지 음식을 준비하여
스님들께 공양할 것을 권한다. 그가 부처님의 권고대로 행하자
그의 어머니는 곧 아비지옥에서 벗어나 극락왕생할 수 있었다. . .
어머니를 아귀지옥에서 구하고자 한 목련존자의 지극한 효심에서 비롯된 레부랑이야 말로
어머니의 소중한 사랑을 되새길 수 있게 해 주는 의미 깊은 날이다.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Trung Nguyen (중원 - 中元, 음력 7월 15일)절이 다가오면
효도와 사죄의 축제 레부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레부랑이 가까왔다는 것을 제일 먼저 감지할 수 있는 곳은 쩌렁 시장을 비롯한 호찌민 시
각 재래시장들이다. 제식에 쓸 물건을 마련하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밀려드는
사람들, 쌀, 소금, 과일, 방마 (종이로 만든 제사그릇), 돼지 통구이, 오리구이, 종이지폐 등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손님을 맞이하는 각 상점들을 구경하노라면 베트남에서 레부랑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 명절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다.
레부랑이 시작되는 당일, 각 가정에서는 부적을 태우며 천지신명께 자신과 조상들의 죄를 빌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금박과 은박을 입힌 지전을 태움으로써 천지신명께 정성을 보인다.
또한 전국 방방곡곡의 각 사찰에는 사람들이 몰려와 부모님을 비롯한 죽은 고혼을 위해 간절히
기도를 올린다. 예식을 치르는 사람들은 저마다 붉은 꽃 (양부모가 다 살아있는 경우), 분홍색꽃
(한 쪽만 생존해 계시는 경우), 그리고 흰 색 꽃 (양쪽 부모 다 돌아가셨을 때)을 가슴에 단다.
당일 절에서는 특별히 각종 음식 (채식)을 준비하여 푸짐하게 내오기 때문에 불교신자들은 물론
고아와 과부, 그리고 극빈자, 유랑객까지도 이 날만큼은 배불리 먹을 수 있다. 한편 호찌민 시
각 식당에서는 가족 단위로 채식요리를 즐기러 온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채식 음식들을 준비해놓기도 한다.
분주한 일상사나 속세의 일을 모두 잊고 잠시 동안 죽음, 죄, 효도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레부랑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베트남 전통문화 가운데 하나로 그 뿌리를 깊이 내린 지 오래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사이공 전역에서 사람들이 모여 간절한 마음으로 부모님의 만수무강을 기원했다. |